자동화를 도입했는데 아무도 안 쓰는 경우
자동화를 도입한 회사에서 두 달쯤 지나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거요? 그냥 예전처럼 하고 있어요."
시스템은 멀쩡히 돌아갑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씁니다. 돈은 이미 나갔고 업무는 그대로입니다.
원인은 대개 기술이 아닙니다. 넘겨받는 방식에 있습니다.
1. 쓸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입니다. 도입은 대표님이 결정하고, 구축 미팅도 대표님이 참여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일 쓰는 사람은 담당 직원입니다.
그 직원이 구축 과정에 한 번도 안 들어왔다면, 납품일에 처음 화면을 봅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모릅니다
- 자기가 하던 방식과 순서가 다릅니다
- 바쁜 날에는 익숙한 쪽으로 돌아갑니다
- 한 번 돌아가면 다시 안 옵니다
막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구축 중간에 한 번, 실제 쓸 사람이 화면을 보고 의견을 내는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30분이면 충분하고, 이 자리에서 나오는 지적이 대체로 가장 정확합니다.
2. 예외 하나에 멈추고 고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경우입니다. 잘 쓰다가 예외 상황이 하나 옵니다.
- 거래처가 한 곳 늘었습니다
- 양식에 항목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 품목 분류를 바꿨습니다
이때 담당자가 스스로 고칠 수 있으면 그냥 씁니다. 못 고치면 업체에 연락해야 하고, 답이 오는 데 며칠 걸리고, 그 사이에 손으로 처리합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게 다시 습관이 됩니다.
| 구조 | 예외가 왔을 때 | 결과 |
|---|---|---|
| 규칙이 코드 안에 있음 | 업체에 요청 → 며칠 대기 | 그 사이 손으로. 습관이 돌아옴 |
| 규칙이 표로 분리됨 | 담당자가 한 줄 추가 | 그대로 계속 씀 |
견적 단계에서 물어보실 질문은 이것입니다. "거래처가 하나 늘면 저희가 직접 추가할 수 있나요?"
"연락 주시면 해드립니다"라는 답은 친절해 보이지만, 매번 연락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3. 넘겨받아야 할 것은 파일이 아닙니다
소스 파일을 받아두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읽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운영 가이드는 개발 문서가 아니라 사용 설명서여야 합니다. 매일 어떤 순서로 쓰는지, 결과가 이상할 때 어디를 보는지, 항목을 추가하려면 어느 표를 여는지가 담당자의 말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4. 한 달 뒤에 한 번 봐야 합니다
납품하고 끝내면 위 세 가지가 다 일어나도 아무도 모릅니다.
한 달쯤 지나서 짧게 확인하는 자리를 계약에 넣어두시면 좋습니다. 30분이면 충분하고, 물어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실제로 쓰고 계신가요
- 안 쓰신다면 어느 지점에서 막혔나요
- 예외가 생겼을 때 직접 고치셨나요, 아니면 손으로 하셨나요
세 번째 답이 "손으로 했다"면 그게 신호입니다. 그 시점에 규칙표를 손보면 되살아나고, 넘기면 두 달 뒤에 완전히 사장됩니다.
계약 전에 확인할 것
- 실제 쓸 담당자가 구축 중간에 한 번 참여하는 절차가 있나요
- 거래처나 항목이 늘면 저희가 직접 추가할 수 있나요
- 납품물에 운영 가이드와 인수인계 세션이 포함되나요
- 납품 후 한 달쯤 점검하는 자리가 있나요
네 가지가 계약서에 들어가 있으면, 두 달 뒤에 "그냥 예전처럼 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나올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지금 이 업무에 월 몇 시간이 들어가는지 계산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입도 이메일도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