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하면 안 되는 업무 3가지
자동화를 구축해 드리는 쪽에서 "이건 하지 마세요"를 먼저 쓰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입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도구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자동화하면 안 되는 일을 자동화해서입니다. 진단을 나가면 후보를 고르는 시간보다 빼는 데 쓰는 시간이 더 깁니다.
1. 판단이 사람마다 갈리는 일
가장 알아보기 쉬운 신호가 있습니다. 담당자에게 처리 기준을 물었을 때 나오는 이 말입니다.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이런 업무들이 여기 해당합니다.
- 클레임 보상 여부와 보상 범위
- 거래처 여신·외상 한도 판단
- 채용 서류 1차 평가
- 예외 요청 승인 여부
이 일들도 규칙으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규칙을 만드는 비용이 절감액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예외가 규칙보다 많으면 그건 이미 규칙이 아닙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이렇습니다. 자동 처리를 붙이면 담당자가 결과를 전부 다시 확인합니다. 확인하는 시간에 원래 판단 시간이 더해지므로, 일이 줄지 않고 늘어납니다.
2.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일
대외 발송, 입금·이체, 계약 체결, 신고·공시. 이런 일들의 공통점은 취소 버튼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화로 얻는 것은 시간이고, 사고로 잃는 것은 신뢰입니다. 두 가지는 같은 단위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안내문이 300개 거래처에 한 번 나가면, 그 수습에 드는 시간이 1년치 절감분을 지웁니다.
그렇다고 이 업무를 손대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마지막 한 번만 사람이 누르면 됩니다.
저희가 구축할 때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를 기능 목록에서 아예 뺍니다. "승인 없이 발송" 옵션을 끄는 게 아니라, 그 기능을 만들지 않습니다. 설정으로 켤 수 있게 두면 언젠가 켜지기 때문입니다.
3. 한 달에 몇 번 안 하는 일
빈도가 낮으면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 빈도 | 1회 소요 | 연간 절감 | 150만원 회수 |
|---|---|---|---|
| 주 12회 | 15분 | 156시간 | 약 2개월 |
| 주 3회 | 30분 | 78시간 | 약 4개월 |
| 월 2회 | 20분 | 8시간 | 회수 불가 |
월 2회짜리 업무는 연간 8시간입니다. 어떤 도구를 붙여도 구축비를 넘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유형에는 비용보다 나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드물게 하는 일을 자동화하면 아무도 그 일의 절차를 모르게 됩니다. 매일 하는 일은 자동화해도 사람이 기억하지만, 1년에 네 번 하는 일은 도구에 맡기는 순간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1년 뒤 도구가 멈추거나 담당자가 바뀌면 복구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 유형은 자동화 대신 체크리스트와 양식 표준화가 답입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절차도 남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자동화하나
위의 셋을 뒤집으면 조건이 나옵니다.
- 기준이 하나로 정해지는 일 - 신입에게 문서로 설명할 수 있는 일
- 틀려도 되돌릴 수 있는 일 - 또는 마지막 한 번을 사람이 누르게 만들 수 있는 일
- 자주 반복되는 일 - 최소 월 4회 이상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업무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료 취합, 안내문 생성, 데이터 변환, 문의 1차 분류, 정기 리포트가 대개 여기 들어갑니다.
저희는 진단을 드릴 때 자동화 후보 목록보다 제외 목록을 먼저 드립니다. 뺄 것을 먼저 빼야 견적이 정확해지고, 도입 후에 방치되지 않습니다. 파는 입장에서는 범위가 줄어드는 일이지만, 3개월 뒤에 쓰이지 않는 시스템을 납품하는 것보다 낫습니다.